2024.10.28(월) – 11.10(일)
강선희, 안예꽃, 이둘점, 최원락
박정임 기획
고은포토1826 기획전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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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진은 단순히 현실의 한 장면을 포착하는 도구가 아니다.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, 이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 대한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매체다. 이번 전시 ‘내 어머니의 집’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어머니와 함께 만들어온 기억의 장소이자, 그 안에 담긴 시간의 조각들이다. 그것은 우리가 어머니를 기억하는 방식, 그리고 모성이라는 존재가 우리 삶에 남긴 깊은 흔적을 상징한다.
어머니의 집은 기억의 저장고이자 감정의 은신처다. 네 명의 작가들은 그 공간에서 어머니의 흔적을 찾아내고 그 속에서 자신의 어머니를 다시 만난다. 결코 완전하지 않은,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과 여전히 붙들고 있는 것들을 탐구한다. 사진 속 어머니의 모습은 명료하면서도 어렴풋하다. 이미지는 고정되었지만 끊임없이 우리 기억 속에서 새롭게 재해석되므로 불완전하게 흐른다.
두 명의 작가는 이미 어머니를 여의었다. 그들의 작품 속 어머니는 현재에 존재하지 않는, 과거의 일부로써 재현된다. 그러나 사진은 과거를 단순히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부재를 강조하며, 어머니의 얼굴을 실재로 마주할 수 없음을 우리에게 상기시킨다. 이는 사진의 근본적인 특성이다. 사진은 그저 어느 순간을 포착할 뿐, 그 순간은 이미 지나가 버린 것이다. 그래서 사진 속 어머니는 우리에게 결코 닿을 수 없는 대상으로 남는다. 내 어머니의 집은 오롯이 기억 속에 존재하는 공간이며, 사진들은 부재의 슬픔과 함께 여전히 남아 있는 흔적들에서 묘한 위로를 느끼게 한다.
반면, 다른 두 작가는 여전히 생존해 있는 어머니를 카메라에 담았다. 이들은 현재의 어머니를 기록하고 있지만, 사진 속 어머니 역시 시간이 흐르며 언젠가 우리 곁을 떠날 것임을 암시한다. 이 사진들은 어머니와 자식 사이의 오래된 감정들, 그 안에 깃든 불안과 애틋함을 한층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. 어머니의 얼굴을 마주하면서도 그 얼굴이 결국 사라져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아이러니 속에서 깊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.
‘내 어머니의 집’은 기억의 그릇이다. 늘 그렇듯 기억은 완전하지 않으며, 그 속에서 우리는 어머니를 다시 붙들고, 다시 떠나보낸다. 사진은 기억을 재구성하는 도구로, 어머니는 그 기억의 집에서 여전히 우리와 함께한다.
전시 기획 박정임